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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2018년의 봄날, 2021년의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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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1-11 17:52 조회3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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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사실 남북관계는 오랫동안 얼어 있었다. 작년 한해 동안 변변한 접촉도 못 했고,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도 끊겼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남아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마저 폭파되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남 업무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가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최고 수준에서 확인한 것이다.

 

2018년의 ‘봄날’은 왜 3년 뒤 꽁꽁 얼어붙은 것일까?

 

미국 정치학자 찰스 오스굿은 1962년 <전쟁이나 항복이 아닌 대안>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점증상호주의’라는 분쟁 해소 방안을 제안했다. 점진적이고 상호적인 긴장 완화 조치들을 주고받아 긴장을 완화하자는 상식적인 제안이다. 그 시작은 양보다. 분쟁의 한 당사자가 작지만 일방적인 긴장완화 조치를 취해야 분쟁 해소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상호적 조치를 취하면 첫 당사자는 두번째의 긴장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바야흐로 ‘평화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봄날’은 바로 그렇게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말을 걸었다. 2017년 12월 한·미 양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안전한 개최를 위해 북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바로 화답했다. 겨울올림픽이 “성과적으로 개최”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신년사에서 공개했다. 이러한 선의의 표현은 겨울올림픽에서 아름다운 협조로 이어졌다. 평화의 선순환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번에는 북이 한 걸음 더 나갔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북의 유화적 조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에 합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북은 바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행동은 곧바로 6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평화적인 북-미 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등에 합의했다. 한·미 국방부는 일주일 뒤 그해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의 모든 계획활동을 중단”한다고 결정, 또 다른 조치로 화답했다.

 

‘봄날’은 이렇게 평화를 향한 선제적 조치와 그에 대한 화답의 고리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평화의 선순환은 더 확장되지 못했다. 그리고 ‘겨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이었다. 그렇지만 그 전부터 불길한 전조가 많이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여러 가지 관계 개선 조치들이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설치했지만 개성공단 재개도 이뤄지지 않고 금강산 관광이나 철도·도로 연결도 진행되지 않았다. 2018년 안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는 합의도 진전 없이 2018년과 2019년이 지나갔다.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종료하기로 했다지만 이름을 ‘동맹’으로 바꾸고 훈련의 규모만 바꾸는 방식으로 계속됐다. “연합방위태세를 지속”한다며 평화체제 구축에 반대의 기치를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9년과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역대급 군비 증강을 계속했다.

 

작년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격노>는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격노’를 보여준다. 그는 2018년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나는 정말 기분이 상했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고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토로했다. 북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핵시험장 폐쇄와 미사일 시험장 해체 등 핵심적 무력개발의 중단 조치들을 취했지만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할 만한 긴장완화 조치로 화답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사실은 불안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찰스 오스굿의 제안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거의 동등한 군사력을 가진 양국 중 어느 일방이 선제적 조치를 취해도 안보에는 문제가 없으니 긴장완화 조치를 먼저 시작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한반도에서는 선제적 긴장완화 조치를 취할 여유가 있는 문재인 정부와 조 바이든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신문 2021년 1월10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8085.html#csidx79045c373ae14f694aa3e149a970630 onebyone.gif?action_id=79045c373ae14f694aa3e149a9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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