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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다시 교육개혁을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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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12-18 15:26 조회4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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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정기 기고를 한 지 6년 반이 넘었다. 4주마다 쓰는 짧은 글이지만 퍽 힘든 일인지라 언제 면할까 하는 고민이 커지던 참이었다. 마침 필진 개편과 맞물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접게 되었다. 아직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좀 쉬어야 한다.

 

그동안 주로 대학개혁을 논해왔지만, 내가 바라는 개혁 방안들은 실현되지 못했다. 비리사학을 비판하거나 고위 공무원을 실명으로 거론한 까닭에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거나 위협을 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맥이 빠지다가도 일면식도 없는 분의 고마운 반응이나 날카로운 조언이 큰 힘이 되곤 했다.

 

공부가 부족한 탓에 글마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교육의 참뜻을 파고들지 못한 책임이 크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입에 올렸으되 교육의 본령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일에 게을렀고, 소위 ‘능력주의’의 허상을 철저히 벗겨내는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가령, 2016년 구의역 김군 사건이 터질 무렵 교육부의 한 공무원이 영화 <내부자들>에 나온 등장인물의 대사인 ‘민중 개·돼지론’을 언급하며 ‘신분제의 공고화’를 주장하여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 망언이 어떻게 능력주의의 허상과 직결되는지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능력주의는 전통 사회의 신분제를 타파한다는 점에서 더 나은 근대적 가치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른 보상의 차등을 정당화하면서 그 ‘능력’이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사회적 조건을 철저히 외면한다. 그것은 박권일이 말한 대로 “타락한 능력주의며 스스럼없이 인종주의와 흘레하는 능력주의”일 뿐이다. ‘정의’나 ‘공정’의 의미를 한껏 좁히거나 왜곡하며,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대명제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쪽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돈도 실력이야”라고 내뱉는 오만하고 천한 자들에게 분노하지만, 속으로는 그쪽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밝혀진 거리의 자유발언대에서 나온 “우리 안의 최순실”을 성찰하자는 시민의 생생한 육성을 거듭 언급했지만, 내 글의 행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설파하는 내공과 선명함은 부족했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극복하고 성평등을 달성할 교육의 비전 부재는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더욱 뼈저리다.

 

초·중등 교육 현장에 어두워 대학 외의 교육개혁 전반에 대해 합당한 주장을 펼 역량 부족은 별개로 하더라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으되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 그러니 주류 언론과 담론이 외면하는 진짜 문제를 파고드는 데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의 전문대학과 고용노동부의 폴리텍대학을 아우르는 고등직업교육의 체제 정비라는 과제를 언급하거나 대선 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시범사업에서 전문대학이 아무 설명도 없이 빠져버린 잘못을 지적하는 데 그쳤다.

 

사 놓고도 끝내 다 읽지 못하는 책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의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등이다. 읽다보면 가슴이 아파 저절로 멈춰진다.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을 추적한 은유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도 그런 책에 속한다. 온갖 교육개혁 담론 뒤편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김동준들’은 잊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시대를 운운하지만, 고등학교만 마치고 취업한 젊은이가 때가 되면 대학에 가서 관심과 필요, 적성에 맞는 고등교육을 받을 제도를 탄탄하게 설계하는 것이 정말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은 ‘능력주의’의 신화, 가진 자만 바라보는 한계에 깊이 물든 것이 현실이다. 지방대학의 몰락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도 그런 한계와 동전의 양면이며, 자사고 폐지 등 고교체제 개편에 관한 정책의 갈지자 행보가 특히 실망스러웠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내년 2021년 중반부터는 벌써 차기 대선국면이다. 전국의 교사와 교수를 결집시킬 새로운 교육혁명의 비전과 청사진이 차곡차곡 준비되어 대선 주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청사진에는 당연히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교사 12명 중 2명이 기간제 교사였고, 결국 미수습자로 남은 9명 중 2명이 교사였다. 이 사실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2015년 8월 고현철 부산대 교수는 총장 직선제 폐지에 항의하며 목숨을 버렸다. 그러나 고인의 진정한 뜻은 총장 직선제라는 제도 존폐에 있지 않고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유서 속 명제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정규직 교수집단이 자기갱신을 통해 대학 민주주의와 공공성의 주역이 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이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20년 12월11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110300075&code=990100#csidxb2db5b9d4da54eab09115d34f65b26c onebyone.gif?action_id=b2db5b9d4da54eab09115d34f65b2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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