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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모두가 만들어야 하는 평화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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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1-08 12:08 조회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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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같은 해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오늘 떠오른 해는 어제 떴던 해와 다름없으나 1월1일의 해는 다른 날의 해와는 다르다. 삶에 매듭을 짓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려는, 그래서 새로운 삶을 만들려는 인간의 지혜다.

 

한반도에서도 중요한 매듭이 지어졌고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전쟁의 공포에 떨던 한반도는 2018년을 계기로 전쟁의 시대에 매듭을 지었다. 위기를 평화의 기회로 전환시켰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평화가 한분 한분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다시는 공포의 과거로 돌아가지 말자는 다짐이 2019년 새해에 투영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남북 정상 간 채택된 합의서들이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이라며 전쟁의 과거에 매듭을 지었다.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를 구축하자는 희망을 내비쳤다. 북-미 관계에서도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화답했다.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낸 남북관계의 전환을 “국민들이 열어놓은 평화의 길”이라고 촛불시민에게 공을 돌리며 지난 일년의 매듭을 지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평화로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새로운 희망의 한해를 열었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불완전하면서도 가역적인 “잠정적인 평화”로 규정하고 “평화의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큰 물결이 될 수 있도록”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평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남북 정상이 동시에 평화체제의 구축을 다짐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고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그래서 희망에 벅차지만 조심스러운 시대를 열고 있다. 후대 역사책은 2018년부터 한반도 평화체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기술할 수 있지 않은가. 남북 정상이 수차례 회담으로 이러한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남북이 이미 국가연합을 건설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객관적 평가라기보다는 희망으로서의, 전망으로서의 언명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이미 1963년에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합의한 독일(서독)과 프랑스를 보라. 지난 백여년 사이에만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숱하게 치른 양국이었다. 하지만 엘리제궁에서 만난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적대의 과거를 매듭짓고 불가역적 평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엘리제조약을 체결하며 “외교정책의 모든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상대국과 협의한다”고 합의했다. 양국 정상회담 및 각료회담을 정례화했다. 또 문화와 청년 부문에서 밀접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이제 불-독 장관협의회가 매년 개최되고 경제, 안보, 문화 교류, 환경 보호 분야의 양국 협의회도 구성되어 있다. 독-불 청년국 등을 통해 양국 청소년들의 교류가 활발하다. 독-불 고등학교 및 불-독 대학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수한 자매도시, 자매학교가 맺어져 교류하고 소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의 길을 열었다. 이제 그 길을 오가며 평화를 만드는 것은 모두의 몫이다. 갈 길도 멀고 할 일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만 보고 있어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도, 한반도 평화도 만들 수 없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신문, 2019년 1월 2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6744.html#csidx13d07847bff9319aff07951d84023b9 onebyone.gif?action_id=13d07847bff9319aff07951d84023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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