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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절실한 고등교육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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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1-08 12:00 조회5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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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을 열망하는 입장에서 올해 가장 뼈아픈 일은 현 정부의 첫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퇴진이다. 김상곤 부총리 교체의 원인 진단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치밀한 현실 인식에 기초한 교육개혁 청사진과 실행계획의 부재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어느 한 개인의 약점이 아니라 집권세력은 물론 진보개혁 진영 전반의 한계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교육개혁을 향한 새해의 출발점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는 관료들의 저항과 태만을 극복하기도 어렵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불가능하다.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그야말로 온 국민의 분노를 사며 한국 교육의 맨얼굴을 드러낸 올해 최대의 교육 분야 사건이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국공립이 아닌 사립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교육체제가 교육의 공공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지키는 일에 취약하기 짝이 없음이 폭로되었다. 비리 유치원 세력은 기성 정치권을 포함한 낡아빠진 기득권층의 일부이자 든든한 후원자로서 자신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치원 문제는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현안으로 남아 있다.

 

대학 강사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은 사립유치원 비리만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심각한 문제이다. 이 역시 어떤 쪽으로 흘러갈지 불확실한 진행형의 사안이지만, 수십년간 쌓인 적폐를 걷어내는 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음은 명백하다. 결국 내년에도 교육개혁을 위해 싸울 일이 넘쳐난다는 뜻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고등교육 투자가 외면당했다는 치명적인 문제만큼은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짚어야 한다.  

 

김영철 서강대 교수는 최근 이 문제를 다룬 논문에서 한국의 고등교육 지출에서 연구·개발비(R&D) 예산을 제외한 순교육비를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했다. 우리의 학생 1인당 순교육비는 OECD 평균의 약 70%에 불과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최근 10년의 정체 양상이다. 학생 1인당 순교육비는 2003년 6000달러대에서 2009년 8000달러대로 상승한 후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며,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하락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반값 등록금’ 달성을 위한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도 이 같은 대학 재정 악화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 평균 물가 상승률 3.2%의 약 2배였던 평균 등록금 상승률 6.3%은 ‘반값 등록금’이라는 사회적 의제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는 색다른 주장을 편다. 그는 “고등교육에 대한 적정 재원 투입은 당연히 국가의 경제력에 비례하는 수준에서의 투입”이라는 타당한 원칙을 전제로 6.3%라는 높은 등록금 상승률이 같은 시기 1인당 GDP 평균 증가율 6.9%에 미치지 못했음을 강조한다. 등록금이 치솟던 시기도 실상 적절한 수준의 고등교육 지출 확보에는 미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대학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사학들이 물가 상승률의 곱절로 등록금을 올리면서 정말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애썼는지는 의문이다. 비리 유치원과 다를 바 없는 문제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나 등록금은 묶으면서 정부 고등교육 예산은 늘리지 않는 정책이 장기간 계속됨으로써 대학교육의 부실화가 심각한 것 또한 틀림없다. 최근 강사법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적 원인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영철 교수는 인공지능 등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급 능력을 키우기 위해 다른 국가들은 고등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최근 10년 사이에 OECD 국가 고졸 청년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50%까지 상승했다고 말한다. 70%에 달하는 우리의 대학 진학률을 무조건 거품이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이유이다. 문제는 고등교육의 질이다.  

 

문화인류학자 김현경은 언론 기고에서 한국과 달리 스위스는 직장을 다니다 뒤늦게 대학에 가는 이들이 많아 2015년 기준으로 25세 이전 대학 진학의 가능성은 47%이지만 결국 대학교육을 받을 가능성은 71%임을 지적한다. 대학에서 익힌 지식과 능력이 금방 낡아버리는 혁신의 시대에 공부와 일 사이를 오가기 쉬운 질 높은 개방적 대학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도권 집중이 과도하고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우리 현실에서 지방대학은 국가발전, 지역 균형발전의 견인차이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 쏟아붓는 막대한 예산의 일부라도 돌려 전국 각지의 대학에 투자, 연구와 교육의 수준을 혁신하여 지역 경제와 문화의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 내년 예산에 간신히 10억원이 반영된 ‘공영형 사학’ 사업이 사학비리 척결을 통한 대학 운영의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고등교육 투자가 본격화되는 길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김명환(서울대학교 교수, 영문학)

경향신문. 2018년 12월 20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202055025&code=990308#csidx3d71dc829e6591181f1a49f8204f81c onebyone.gif?action_id=3d71dc829e6591181f1a49f8204f8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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